natural Norway

핀에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헬싱키 공항으로 나서 오슬로행 비행편에 탑승한다.
여태껏 한 없이 맑은 날씨만 보여주다가 떠나는 내 님이 못내 아쉬웠는지 한 차례 뿌려낸 소나기가 활주로를 적셔낸다.
X-Pro1 (14mm, f/4.5, 1/2900 sec, ISO800)

X-Pro1 (14mm, f/8, 1/420 sec, ISO800)

사실 그리 좋은 인상이 아니였던 오슬로는 아직 까지도 특별한 매력이나 갈망하는 도시는 아니다.
어찌되었건, 투어버스를 타고 오슬로 외곽으로 돌게 되면, 숨겨져있던 노르웨이의 보일듯 말듯한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구분선은 깔끔하나,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어설프게, 그리고 미묘한 어정쩡함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깊은 부분이다.

1인당 GDP 세계 3위, 빅맥지수 세계 2위. 유럽 제1수산국.

오슬로 외곽의 주택들은 가히 드라마나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집들로 빼곡하다.
아파트로 보이는 낮은 층의 다세대 주택 건물도 다소 보이지만, 한적한 곳으로 갈 수록 정원, 바베큐장, 풀장, 아이들 놀이공간 그리고 주차장에는 세계 명차 전시회라도 열듯 집집마다 포르쉐 BMW 들이 두 세대씩 세워져 있는 모습이
간혹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다수의 단독주택이 이 모든것을 각자 완벽하게 갖춰놓은채 살고 있다.

X-Pro1 (14mm, f/7.1, 1/2000 sec, ISO2500)

X-Pro1 (35mm, f/1.4, 1/1800 sec, ISO800)

X-Pro1 (35mm, f/2.8, 1/1100 sec, ISO800)

X-Pro1 (14mm, f/11, 1/420 sec, ISO2000)

X-Pro1 (14mm, f/10, 1/3300 sec, ISO800)

투어 버스를 타고 해안가에 내렸을 때 쯤, 너도 나도 요거트를 들고 먹는 재미난 풍경이 보인다.
오슬로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것 마냥 정말 한사람도 안빼놓고 다들 앉아 요거트를 먹고 있는 풍경을 따라가자, 누군가 수레에 요거트를 한가득 싣고 사람들에게 분양하기 시작한다.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에서 아무 음식이나 주워 먹었다간 큰 곤욕이 될 수 있지만, 역시 이곳 사람들의 경제력으로는 그저 요거트일 뿐인건지 삽시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너도 나도 손에 든다.

소심한 태도로 슬쩍 알아본 가격은 무려…공짜였다.
아마도, 신제품 홍보를 위한 이벤트 였던것으로 추측하지만 한 두 차례도 아닌, 잠깐 사이에도 대여섯 수레를 비워낼 만큼 짠돌이 마인드로 팔아먹기만 위한 수단은 아니였던 듯 하다.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면, 그 흔한 홍보물 조차 없었던 것에 있었다.

광고지를 꼬박꼬박 꽂아 그걸 받아든 사람들이 0.87초 만에 더이상 자신에게 필요가 없어진 광고지를 온 사방에 펄럭이며 내던지는 그 아름답지 못한 그림이 전혀 없었다.
하다 못해 “하나 드셔보시고, 5개 천원에 판매하는 행사 중입니다” 하는 문구도, 외침도 없었다.

그저 망설이는 사람에겐 먼저 다가가 건넬 뿐이고, 다가와서 가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저 단정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광경 만으로도 난 이 제품을 사먹어야 할 이유가 생긴 셈 이였고, 앞으로 쭉 이곳에 살면서 구입해주지 못하는게 한탄 스러웠다.
더욱 중요한건, 너무 맛있어서…. 두개나 먹었다는 사실이다.

절대 1억년이 지나도 따라 잡을 수 없는건, 경제력이나 자원력이 아닌 의식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마음만 먹으면 투자비용이나 복잡한 제한사항이 전혀 없어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따라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의식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장 어려운 길만 고집하고 있다.

X-Pro1 (35mm, f/2.5, 1/800 sec, ISO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