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town

시내 어디를 다녀도 경적소리를 듣기 힘든건 문화적 충격이다.
비교적 한산한 주택거리는 물론이고, 시내 한복판에서 아무리 한참을 기다려도 가끔 지나가는 긴급차량 사이렌 소리만 들릴 뿐 이다.

그러면 이곳 사람들은 완벽한 드라이빙 스킬을 소지 한 것인가?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버스 안에서 유심히 지켜봤지만, 여느곳과 다르지 않았다.
느릿느릿 혼자 기어가는 차도 있고 심지어 달리고 있는 버스를 못봤는지 1m 앞에서 그것도 버스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로 끼어드는 차도 있었다.
거기 까지는 정확히 똑같았지만 그 이후가 달랐다.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여도 경적은 물론이고 아무리 못해도 상향등을 깜빡거리기에 충분한 상황이였다.
하지만 천사를 등에 업은 버스 운전기사는 의연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뿐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욕 한마디 하지를 않았다. 뭐 물론 한다고 알아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제서야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늬우친 앞선 차량은 얼른 비켜주며 창문을 열고 손을 들어 사과의 표현을 했다.

정말 그 모습 한장면 만으로도 유토피아 같은 곳이였다.
그 상황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라도 빠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유토피아는 완성 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한채, 아니 알면서도 무시하면서 제 갈길 가버리는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부처와  같은 마음가짐도 사흘 넘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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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든것의 원인 중 하나를 여유에서 찾았다.

여유. 이곳 사람들은 그 여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디에 사용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정확히 해야 할일에 대해서는 빠짐없고,
필요하지는 않지만 챙겨야 할 것과, 필요하지 않기에 포기해야 할것. 그 중요도에 대해서 지독하게 구분해내는 것은
막무가내의 느긋함이 아니라. 단어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뜻의 여유 였다.

누군가는 선진국이니까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면, 그런 여유는 절로 생겨난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선진국이 그것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것들이 선진국을 만들어낸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핀란드 역사의 재미있는 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광복일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1945년 8월 15일이다.
우리나라 비슷한, 아니 어쩌면 인구가 더 적은 핀란드의 입장에서는 더 힘겨웠을 지도 모르지만
러시아(구 소련)의 핍박을 오랜 세월 받아온 나라 였다. 1917년 12월 31일이 되서야 러시아로 부터 독립국가 승인을 받을 때 까지 숱한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핀란드 내에서의 이념 갈등으로 인해 내전을 겪어야 했다. 마치 우리의 6.25 전쟁처럼…

그렇게 한참 내전을 겪고나서야 정리가 될 때 쯤, 1939년에는 소련이 한번더 핀란드를 침공하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겨울전쟁 이다.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면, 그들에게는 만네르헤임(Mannerheim) 장군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엄청난 열세였던 핀란드 군이 소련군의 침공을 막아낸 세계적인 역사에서도 꽤 인정받는 전쟁이다.
그렇게 당하기만 했던 핀란드는 그 여세를 몰아 그동안 빼앗겼던 영토를 찾기 위해 1941년 소련을 침공하게 되고 허를 찔린 소련은 주춤 했으나 막대한 전력으로 핀란드의 목적은 물거품이 된다.

그리고는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못해 휴전에 합의하게 되면서 핀란드에 소련의 기지를 설치하여 감시를 받고, 침공에 대한 전쟁배상을 수년동안 막대한 비용으로 물어줘야 했다.
그렇게 1955년이 되어서야 소련이 기지를 반환하면서 실질적인 전쟁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할 수 있게 된것이다.

1950년 6.25 전쟁을 겪고 1953년 휴전한 우리나라와 시기적, 상황적 유사점이 많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곳 핀란드에서 찾는 신지식인들의 이유를 여기에서 부터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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